오래 만드는 일
앱을 한 번 만드는 일과, 오래 만드는 사람이 되는 일은 다릅니다. 두 번째 일에 대해 적어둔 짧은 글입니다.
‘완성’보다 ‘출시’가, ‘출시’보다 ‘유지’가 어렵습니다
처음 앱을 만들 때는 출시가 종착지처럼 느껴집니다. 그런데 막상 출시하고 며칠이 지나면, 첫 번째 진짜 질문이 찾아옵니다. “이 앱을 내가 계속 만들고 싶은가?”
그 답이 ‘네’라면,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. 사용자 한 분의 리뷰, 우연히 발견한 크래시 한 줄, 누군가의 짧은 감사 인사, 이 작은 것들이 다음 한 달의 동기가 되어 줍니다.
‘좋은 앱’보다 ‘오래 곁에 두는 앱’
좋은 앱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좋지만, 그 기준이 너무 높으면 손이 잘 안 움직입니다. 대신 ‘내가 매일 한 번씩이라도 열어볼 만한 앱’을 만들어 보세요. 본인이 사용자가 되는 일은 가장 좋은 품질관리입니다.
‘오래 곁에 두는 앱’은 보통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. 첫째, 한 가지 일을 또렷하게 합니다. 둘째, 마찰이 적습니다. 열면 바로 쓸 수 있어요.
측정할 수 있는 것보다, 중요한 것
다운로드 수, 리텐션, 결제 전환율, 숫자는 정직하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. 진짜 중요한 것은 ‘누군가 이 앱 덕분에 매일 조금 더 편해졌다’는 사실이에요.
그래서 가끔은 숫자를 잠시 덮어두고, 사용자가 보낸 한 문장의 메시지를 더 오래 들여다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. 그 한 문장이 다음 업데이트의 방향을 정해 줄 때가 많습니다.
외롭지 않게 오래 가려면
내 것을 만드는 일은 자유롭지만, 종종 외롭습니다. 외로움이 길어지면 동기가 무너집니다. 그래서 저는 작은 의식들을 권합니다.
매주 금요일 저녁, 이번 주에 한 일을 한 줄로 적기. 매달 마지막 날, 다음 달에 시도해 보고 싶은 것 한 가지 적기.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좋아요.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.
그리고, 멈춰도 괜찮습니다
오래 만드는 일은 ‘쉬지 않는 일’이 아니라 ‘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’에 가깝습니다. 잠시 멈춘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. 멈춘 자리에서 다시 손을 대는 일이, 의외로 가장 단단한 회복력입니다.
그러니 너무 잘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. 그저 ‘오늘 한 줄’ 정도면 충분합니다. 한 줄이 모이면 한 페이지, 한 페이지가 모이면 한 권, 한 권이 모이면, 어느 날 돌아보니 만든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.